CAMPUS ASIA, 나의 도전과 변화: Seulah Ryu
1. 나의 도전정신을 실현시켜준 CAMPUS ASIA 그리고 중국
교환학생은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버킷리스트였다. 견문을 넓히고 싶었던 대학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공분야를 타국에서 배우며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으며, 문화차이를 경험하면서 세계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전공인 디자인 관련 분야로 학교에서 지원할 수 있는 학교는 다양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캠퍼스 아시아 디자인 리더쉽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내가 생각한 조건에 적합하다 생각하여 지원했다.
일반적으로 일본은 이미 디자인 분야로나 문화적인 분야에서도 굉장히 발달되어 있는 나라였기 때문에 무언가를 배운다는 관점에서 보면 일본으로 가는 것이 더욱 적합할 것이다. 처음 중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지인들에게 말했을 때 역시 ‘왜 하필 중국이냐’ 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우리에겐 중국이 후진국이라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음에도 그런 선입견에 쉽게 사로잡혀 있는 것은 어딘가 게으른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평소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이 있었음에도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세대에서 살고 있고, 그러한 부분에서 중국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알고 싶었다.
특히 막대한 자원과 자본으로 빠른 속도로 발달되고 있는 중국이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및 각 디자인 분야에서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발달되고 있는지 앞으로 대한민국 및 아시아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아는 것이 앞으로 나의 공부에 있어 큰 자극이 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홍콩 문화를 좋아하는데 그의 근원이 되는 중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알고 싶었다. 또한 한국과 다르게 굉장한 크기의 대륙 속에서 단일 민족이 아닌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그 대륙을 이루고 있다는 점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그들 각각의 문화 및 생활환경과 방식들에 대해서도 알고, 체험하고 싶었다.
이처럼 중국은 나에게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나라여서 내가 직접 겪어보고, 선입견을 없애고 싶었다. 이러한 이유로 과감하게 중국을 선택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지원 과정과 기간이 생각보다 순탄치 않고 짧아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CADL 프로그램에서 중국으로 가는 첫 학생이어서 정보가 거의 없어 발로 뛰어 모든 문제를 해결했으며, 특히 중국 비자 문제와 생활비 계좌개설 문제는 한국에서도 준비 서류가 까다롭고 시간이 촉박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는 나중에 중국에 가서도문제를 일으킨다. 그렇게 중국 생활을 즐기기도 전에 여러 가지 걱정을 가지고 중국 2선 도시이자 알리바바 본사가 있다고 알려진 항저우로 떠났다.
2. 직접 겪어본 중국은 애증의 나라?
처음 겪은 중국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에게 변수와 충격을 주었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한층 더 성숙한 인간이 되었다.
1) 중국 대학교 적응 과정
저장대학교에 처음 도착해서 등록할 때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래도 시행된지 얼마 안 된 프로그램이라 전달이 잘 안됐는지 내가 교환학생 명단에도 없고, 심지어 전해들은 바 없는 기숙사비도내야 한다고 해서 정말 당황했다. 기숙사도 학교도 계속 자리를 옮겨 다니고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확인을 받아 야만 했다. 게다가 당시 중국어를 아예 할 줄 몰랐던 나는 중국 대학원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때는 정말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덜컥 겁을 먹기도 했다. 이 밖에도 수강신청과 장학금 수령을 위한 중국은행 계좌 개설 문제 등 나 혼자였다면 절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들 때문에 당장의 중국을 즐길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내가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중국 대학원 친구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친구들은 내가 당황하거나 이해 못하는 부분이 없도록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같이 정보를 알아봐 주면서도 나에게 불평하거나 재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걱정해주고 내 기분을 더 챙겨줬다. 이 과정에서 중국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있어서 안도감이 생겼고, 위 같은 문제들을 같이 해결해 나가면서 유대감을 쌓을 수 있어 좋았다. 대학원 친구들뿐만 아니라 교수님께서도 나의 문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챙겨주시는 모습에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 전공 탐색 심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수업에서 저장대학교는 한국과 달리 4학기제로 나눠져 있었다. 또한 중국어학당 공부와학과 공부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서 공부 할 수 있었다. 언어 공부도 하고 싶고, 학과 공부도 하고 싶었던 나는 혼란스러웠다. 결국 어학당은 이미 두 학기 진도가 선행되었다는 말을 듣고 학과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중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의 전공을 중국에서 배울 수 있어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 본과 학생들 사이에서 중국어로 수업을 듣는 건 나의 생각보다 벅찬 일이었다. 교수님과 한국어와 영어가 능통한싱가포르 교환학생 친구들, 그리고 한국인 유학생 친구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 힘겹게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점차 나는 중국에 온 목적이 점점 희미해지고, 의욕도 잃어갔다.
그러나 중국에서 연세대학교 시각디자인학 전공 오병근 교수님의 디자인 프로세스 강연과 개인 면담 시간이 나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교수님께서 조금 늦은 나이에 가신 유학 임에도 불구하고, 목표하신 공부를 끝마치기 위해 끝까지 집념을 가지고 공부를 마치셨다는 말씀을 듣고, 내가 중국에 교환학생을 오게 된 이유를 고취시킬 수 있었다. 그 이후, 나의 전공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 기존에 수강 중이던 중국의 시각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관련 수업에서 한국의 디자인과 비교해보며,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와 어떤 것을 중국의 디자인으로부터 가져오면 좋을지에 대한 심도 있게 고민했다.
그 중에서 가장 크고 긍정적인 차이점은 주제에 대한 배경 조사와 설문조사 등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매우 자세하게 진행되는 중국의 디자인이었습니다. 이에 영감을 받아,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러한 점들을 적용시킬수 있었는데, 이는 내 작업에 합리적인 이유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3) 중국 외곽 일주를 통한 중국에 대한 이해
저장대학교에서 봄, 여름학기를 보내다 보니 학교 이외에 중국과 사람들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사실 중국어도 여전히 못하고 중국 친구들도 외국인 혼자 오래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중국을 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떠났다.
중국여행 첫 여행지는 운남성으로 티벳 및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성이다. 사실, 막연하게 중국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 곳 리장이라는 아름다운 지역의 사진을 우연히 본 적이 있어서였다. 처음도착하자마자 중국과는 또 다른 나라에 온 듯 신비롭고 마치 과거로 온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운남성의 대표 설산인 옥룡설산을 끼고 리장고성을 산책하며 그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이번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이었던 옥룡설산 호도협 트래킹을 리장에서 시작했다. 출발점부터가파른 경사에 다듬어지지 않은 산길들 때문에포기하고 돌아갈까, 말을 타고 객잔까지 갈까수도 없이 고민했지만, 옛 중국 소수민족들이왕래하던 이 길을 나도 직접 걸어보고 싶어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트래킹을 모두 다마쳤을 때 내가 직접 걷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자연과 만날 수 없었을 새로운 사람들, 느낄 수 없었을 모든 감정들을 생각하니 다행스러웠다. 이외에도 티벳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샹그릴라, 운남성의 대도시 쿤밍, 중국의 수도인 북경, 초원과 사막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던 내몽고, 중국의 가장 화려한 도시이자 금융도시인 상해, 중국의 아픈 역사가 담겨있는 난징 등을 혼자 여행하며 여러 좋은 경험, 나쁜 경험 들을 겪으며 내가 성숙해짐을 느꼈다. 또한, 내가 보지 못한 세상들이 무궁무진함을 깨닫고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 중국을 통해 본 동아시아의 미래
여행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한・중・일 디자인 전공 학생들과 디자인 분야에 대해 전반적으로 토론 할 수 있는 워크샵에 참여했다. 한・중・일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유학생들도 참여했다. 같은 아시아권 이지만, 다양한 국가들의 학생들이 참여하여 토론한다는 것이 처음엔 걱정이었다. 그러나 나의 편견과 달리 프로젝트는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들은 적극적인 태도로 토론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한국에서 경험했던 조모임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덕분에 나는 다양한 아이디어, 관점들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들과 함께 미래에도 같은 분야에서 만나 일해보고 싶었다. 한국에서만 공부하고 자란 내가 막연하게 앞으로 한국에서만 일할 것 이라는 생각을 깨준 경험이었다. 같이 토론한 중국, 일본, 싱가포르에서 온 친구들도 한국 학생들의 생각을 흥미로워하며, 함께 협동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길 원했다. 이는 앞으로 아시아권이 더욱 활발히 상호 소통하며 우리만의 유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3. 중국에서 체감한 한류문화의 영향력
사실, 그 동안 한국 내에서만 들어왔던 한류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영향력을 나는 잘 체감하지 못했었다. 그러나중국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은 한국인인 나보다 더 많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아이돌 가수들을알고 있었다. 페루, 싱가포르, 대만, 중국인 등 몇몇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잘하는 이유를 물어 봤을 때, 거의 한국 드라마를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연스레 배웠다는 것이다. 이는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생각보다 많은 나라에서 우리 문화를 사랑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감동과 고마움을 가졌다. 또한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 이렇게 외국에 혼자 나가 있어도 한국 문화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유대를 쌓을 수 있었다. 그에 그치지 않고 내가 그들에게 내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려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또한 문화 선진국 한국인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에 있어서도 항상신경 썼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이 앞으로 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외국인들에게 비상식적인 일들은 하지 않도록 많은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
4. CAMPUS ASIA 그 이후
CAMPUS ASIA DESIGN LEADERSHIP 프로그램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후, 나는 내 전공에 대한 깊이 뿐만 아니라, 세계를 보는, 특히 아시아의 나라들을 보는 관점 또한 변화했다.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했던 내가 알고 보니 직접 겪어보지 않아 몰랐던 내 편견들을 중국 생활을 통해, 다양한 인종을 겪어봄으로써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같은 아시아권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다른 문화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고, 깊은 교류를 할 수 있는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내가 가진 편견들도 조금씩 바뀌어 갔다. 처음엔 비행기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중국과 일본에서 온 친구들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성향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그들을 신기해하면서도 한편으론 불편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대화를 통해 서로 배려할 수 있었고 우리는 더 깊은 신뢰를 쌓았다. 헤어짐이라는 아쉬움 앞에서 서로에게 진심 어린 포옹을 해줄 수 있게 된 우리를 발견했을 때 그 벅참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재정지원, 교수님과 현지학생들과의 적극적인 교류 및 전공 탐색 기회 등캠퍼스 아시아에서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충분히 누리며 만족하고 돌아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이외에도많은 학생들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성장을 이뤘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사업처럼 한국과 아시아 나라들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